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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0주간 수요일]

20200610()

박준 야고보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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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1열왕 18,20-39 / 복음: 마태 5,17-19

 

 

찬미예수님. 오늘은 연중 제10주간 수요일입니다.

무법자라는 말이 있습니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법을 무시하고 함부로 거칠고 험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이와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닌 관용구가 또 있습니다.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말입니다. 무법자라는 말과는 반대로 법을 스스로 알아서 준수하기 때문에 오히려 법이 필요 없다는 뜻입니다. 그리스도인은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자유인입니다. 우리가 따르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법을 완성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법의 완성이라는 것은 무엇일지 예수님의 모습을 통해 묵상해 봅니다.

 

, 조금 쉽게 말해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한다면, 그것의 완성이라는 것은 해야만 하는 일과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일치하는 것은 아닐까요? 누가 시켜서 강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자유의지로 선택하는 것입니다. 법을 만드신 분이 하느님이시기에 그 완성은 자유로운 선택에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최초의 법이라고 할 수 있는 창세기의 명령은 그러했습니다. 하느님께서 아담과 하와를 괴롭히시려고, 속박하시려고 선악과를 따먹지 못하게 하신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사람에게 주신 자유의지를 통해 당신의 뜻과 더욱 완전히 일치할 수 있도록 이끄신 것입니다.

 

예수님 또한 누군가의 강요에 의해서 사람이 되시고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신 것이 압니다.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예수님께는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이었습니다. 그 일이 하느님이 원하신 것이었기 때문에 당신께도 하고 싶은 일이 되었습니다.

 

결국 법을 완성한다는 것, 그 근본정신에 따라 스스로 지키며 산다는 것은 하느님이 원하시는 일이 곧 내가 하고 싶은 일과 일치한다는 뜻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그렇게 될 때에 그리스도인은 사람이 만든 세세한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자유인이 됩니다.

 

그런데 정말 어려운 것은 하느님이 나에게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아차리는 일입니다. 내가 원하는 일을 마치 하느님이 원하시는 일인 것처럼 포장할 때도 있고, 내가 원하지 않기 때문에 마치 하느님도 원하지 않으시는 것처럼 무시할 때도 생깁니다.

 

오늘 독서에 등장하는 참 예언자와 거짓 예언자들의 한 바탕 대결을 관전하면서 하느님의 뜻에 귀 기울이는 방법을 배워봅니다. 바알의 거짓 예언자들은 온갖 소란을 다 피웁니다. 아침부터 하루 종일 바알의 이름을 소리쳐 부르더니, 아무 응답이 없자 제단 주위를 절뚝거리며 뱅뱅 돕니다. 그렇게 해도 안 되자 자신들의 몸에 상처를 내고 헛것을 보며 황홀경에 빠집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엘리야 예언자는 고요하게 그저 작은 돌들을 모아 소박한 탑을 쌓습니다. 사람의 방식이 아니라 역사 안에서 하느님께서 말씀해 주셨던 당신의 뜻을 되새깁니다. 그리고 조용히 기도합니다. 결국 하느님이 나에게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기 위해서는 나의 방식, 나의 의지를 우선 가라앉히고, 고요하게 하느님의 말씀과 그분이 하셨던 방식을 따라 해야 하는 것입니다

 

물론 하느님의 뜻을 잘 식별한 후에도 그것에 나의 의지를 일치시키는 것이 여전히 어려운 일로 남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정말 하느님이 원하시는 일이라면 하느님이 직접 심어주신 나의 자유의지는 본성적으로 그 뜻을 향할 힘을 지니고 있다고 믿습니다오늘 하루도 하느님이 나에게 원하시는 것이 곧 내 안에 심어주신 자유의지와 일치할 수 있다는 희망 안에서 고요하게 하느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은총의 시간을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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