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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4주일]

20200322()

박준 야고보 신부

 

 

1독서: 1사무 16,1ㄱㄹㅁㅂ.6-7.10-13/ 2독서: 에페 5,8-14 / 복음: 요한 9,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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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미예수님

 

 

어느덧 사순시기도 4주간에 접어들었습니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장미색 제의를 입은 주례사제의 모습을 보셨을 오늘은 사순 제4주일이자 장미주일입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본래 대림시기와 사순시기에는 보라색 제의를 입습니다. 통회와 보속을 의미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대림 3주일과 사순 4주일만큼은 장미색 제의를 입는 것이 허락됩니다. 영육간의 고신과 극기를 잠시 쉬면서 앞으로 다가올 생명의 빛을 희망하도록 미리 보여주는 의미가 있습니다. 부활을 향하지 않는 다면 자신을 내려놓는 행위들도 의미가 없음을 상기시켜 주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오늘의 독서와 복음 또한 예수님과의 만남을 통해 얻게 되는 새로운 생명에 대해 이야기해 줍니다.

 

오늘 제 1독서는 사무엘이 다윗에게 기름을 부어 왕으로 세우는 이야기입니다. ‘그리스도(Christus;χριστυς)’라는 말은 기름부음 받은 이라는 뜻의 그리스 말입니다. 그리고 기름부음 받은 이는 백성을 다스리는 임금일 뿐 아니라 메시아곧 구원자이기에 우리는 나자렛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고백하고 우리들 스스로를 그리스도인으로 자처합니다.

 

그런데 이 그리스도인이라는 말이 우리에게는 매우 익숙하면서도 낯선 단어입니다. 우리의 실제 신앙생활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예를 들어 제가 택시를 탔는데 백미러에 십자가나 묵주가 걸려있으면, 보통 성당 다니세요?’ 혹은 천주교 신자이신가보내요?’하고 묻지, ‘그리스도인이세요?’라고 묻지는 않습니다. 사실 우리들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표현으로서 그리스도인이라는 말이 적합합니다. 그런데 왜 사용하기 어려울까? 아마도 그 이름에 담긴 무게를 실감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말에는 나 자신이 예수님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는 믿음, 그리고 그것을 이웃들에게 전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습니다. 어려운 일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오늘 복음을 통해 예수님의 새로운 생명의 빛을 느껴봅니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태어나면서부터 앞을 보지 못한 소경을 고쳐주십니다. “예수님이라는 분이 진흙을 개어 내 눈에 바르신 다음, ‘실로암 못으로 가서 씻어라.’ 하고 나에게 이르셨습니다. 그래서 내가 가서 씻었더니 보게 되었습니다.”(요한 9,11) 이 소경에게 세상은 단순히 암흑을 넘어 ()’였을 것입니다.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다면 빛과 어둠을 구분하겠지만, 태어나면서부터 보지 못했다면 자신과 세상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 것으로 느꼈을 것입니다. 그런 그가 예수님을 만납니다. 예수님께로부터 자기 자신을 포함한 이 세상을 얻습니다. 흙에다 당신의 숨()을 불어넣어 소경을 고쳐주시는 모습이 마치 하느님께서 태초에 세상을 창조하시고 사람을 흙으로 빚으신 장면처럼 보입니다. 이제 이 소경에게 예수님은 자신의 모든 것이 될 것입니다.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된 것이지요. “주님, 저는 믿습니다.”(요한 9,38)라고 고백하는 소경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예수님을 우리의 생명이자 빛으로, 나와 세상을 존재하게 하시는 모든 것으로 느껴봅니다.

 

우리는 캄캄한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스스로의 죄와 나약함으로 인해 자주 빛을 잃게 되는데, 한 달을 넘게 예수님을 직접 모시지 못하니 더욱 어두운 밤처럼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장미주일을 보내는 오늘 다시금 부활의 희망을 떠올립니다. 나와 세상을 새로이 창조해 주시는 예수님을 오늘 복음을 통해 만나면서 희망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일상에서, 특별히 코로나19와 싸우며 고통 받고 수고하시는 모든 분들을 위한 영적/물적 지원을 통해 나 스스로가 누군가에게 빛이 될 수 있음을 생각하면서 희망합니다. 오늘 하루 스스로 그리스도인임을 자처하고 그로 인해 기뻐하는 하루되시길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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