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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간 수요일]

20200408()

박준 야고보 신부

 

 

독서: 이사 50,4-9/ 복음: 마태 26,14-25

장동호 예수 순종.jpg

 

 

찬미예수님. 오늘은 성주간 수요일입니다. 지난 월요일부터 오늘까지의 독서를 통해 우리는 이사야서의 주님의 종의 노래를 듣고 있습니다. 월요일에 들었던 첫째 노래’(42,1-9)에서는 하느님께서 당신의 종을 뽑아 인류의 빛으로 세우십니다. 화요일에 들었던 둘째 노래’(49,1-7)는 주님의 종이 지닌 사명, 곧 모든 민족을 다시금 하느님 곁으로 데려와 구원할 사명을 선포합니다. 오늘 듣게 된 셋째 노래’(50,4-11)는 이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 종이 겪어야 하는 고난을 묘사하며, 마지막으로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성 금요일에 듣게 될 넷째 노래’(52,13-53,12)에서 주님의 종은 죽음을 맞이합니다.

 

후대 학자들에 의해 네 부분으로 나뉘고 또 주님의 종의 노래라는 명칭이 붙은 이사야서의 이 예언을 보면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떠올립니다. 이사야서를 쓴 저자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신약 성서의 저자들은 이 예언이 예수님을 향한다는 것을 분명히 느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주님의 수난을 앞둔 이 성주간에 차례로 듣게 되는 것이지요.

 

이 노래의 핵심은 주님의 종이 자신의 고통 중에도 하느님께 의탁함으로써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난다는 사실입니다. 하느님의 마음에 들어 당신이 직접 뽑으신 그 종은 무고한 박해와 핍박에 맞서지 않고 오직 하느님께 의탁하며 순종합니다. “나는 매질하는 자들에게 내 등을, 수염을 잡아 뜯는 자들에게 내 뺨을 내맡겼고 모욕과 수모를 받지 않으려고 내 얼굴을 가리지도 않았다. 그러나 주 하느님께서 나를 도와주시니 나는 수치를 당하지 않는다. 보라, 주 하느님께서 나를 도와주시는데 나를 단죄하는 자 누구인가?” 그러했기 때문에 이 고난은 무의미한 희생으로 끝나지 않고 하느님의 권능을 드러내는 종의 승리로 끝나게 됩니다.

 

하느님께 온전히 순명하는 주님의 종, 예수님의 마음을 어제와 오늘의 복음을 통해 느껴봅니다. 이틀 연속으로 우리는 예수님께서 당신 제자들의 배신을 예고하는 내용을 들었습니다. 성주간 동안 두 번씩이나 듣게 될 만큼 유다와 제자들의 배신은 예수님께 큰 상처가 되었습니다. 그 배신으로 인해 초래된 수난과 죽음뿐만 아니라, 제자들의 배신 그 자체가 스승께는 큰 수치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오히려 배신한 그 제자를 걱정하십니다. “불행하여라, 사람의 아들을 팔아넘기는 그 사람! 그 사람은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자신에게 더 좋았을 것이다.”(마태 26,24)

 

배신감보다는, 그 죄로 인해 스스로를 아프게 할 제자들에 대한 안쓰러움이 더 예수님을 아프게 했나봅니다. ‘저는 아니겠지요?’ 하며 스승의 안위보다는 자신의 명예를 먼저 생각하는 제자들임에도, 예수님은 그들의 아픔을 씻어주고자 십자가를 받아들이십니다. 순종하는 하느님의 종으로서 나의 상처를 낫게 하시고자 당신의 상처를 거부하지 않으십니다. 당신의 상처보다는 나의 상처를 더 걱정하시는 예수님의 마음을 보면서 그 동안 지었던 나의 죄, 나의 배신을 반성합니다

 

박준 신부.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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