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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5주간 금요일 강론

 

 

202043, 김동희 모이세 신부

 

 

우리에게는 인간 예수의 모범만이 아닌

하느님이신 예수님의 구원하시는 사랑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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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부터 예정되었던 미사 재개는 아무래도 어려워 보입니다. 성주간이 시작되는 주님수난성지주일에라도 신자들과 함께하는 미사를 시작할 수 있었으면 했던 바람에서 교회 전례의 가장 핵심인 성삼일 전례만이라도 신자들과 함께할 수 있었으면 하는 간절함으로 바뀌었는데도 사정은 여의치 못합니다. 여전히 확진자 수는 적지 않고 우리 신자들을 포함하여 국민들 전반에 드리워진 불안과 두려움의 무게가 크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강론을 통해 교우분들과 만나는 일이 한동안 길게 계속될 듯합니다.

 

 

어제의 복음에서처럼 오늘도 유다인들은 돌을 집어 예수님께 던지려 합니다. 어제는 예수님께서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아브라함이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다.”(요한 8,58) 하셔서이고, 오늘 복음에선 아버지와 나는 하나다.’ 하시며 하느님으로 자처하였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스스로를 가리켜 아브라함 이전부터, 아니 창조 이전부터 계셨다는 선재(先在) 사상과, 예수님께서 스스로를 아버지 하느님과 같은 분으로 동일시하여 제시하는 이 성경구절들은 초대교회가 삼위일체 신앙을 확립하는 데 결정적인 토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 당대의 사람들이 이를 납득하기는 실로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마귀 들린 자, 신성 모독자로 여겨졌습니다.

 

 

4개의 복음서 가운데 요한복음만큼 예수님의 신성을 드러나게 보여주는 복음서는 없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하느님이시다는 것이 왜 그리 중요한 것이겠습니까? 예수님은 우리 인간에게 참으로 인간이 아름다울 수 있는 삶의 모범과 길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렇지만 해서 예수님이 그저 내 삶의 롤 모델로 그치는 것은 아닙니다. 예수님은 당신을 가리켜 우리가 발견하고 따라가야 할 길이요 진리라고만 하신 것이 아니라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 하셨습니다. 그분은 부드러운 빛이십니다. 그 빛이 서서히 스며드는 곳마다 어둠 속 뿌연 먼지가 드러나듯 우리 인간의 숨은 속셈과 죄들이 드러납니다. 우리의 어리석음과 완고함이 밝혀집니다. 그것들이 오히려 빛에 저항하며 행하는 폭력이 바로 십자가입니다. 예수님은 그 십자가 위에서 우리의 모든 무지와 완고함을 무한한 사랑으로 녹이시며 우리에게 구원과 생명을 선사하십니다.

 

 

우리 각자는 위대하면서도 저마다의 약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에게는 참된 인간 모델만이 아니라, 그 길에서 휘청이고 무너진 나를 용서하시고 받아주시는, 그리고 마침내 죽음의 문턱을 넘을 때 기꺼이 나에게 오라하고 부르시는 주님(하느님)이 필요합니다. 영원하고 무한한 사랑을 만나지 못하면 우리 인생은 결국 허무로 돌아가고 말 것입니다. “허무로다, 허무!”

 

 

 

 

오늘 복음은 이렇게 끝이 납니다. “그곳에서 많은 사람이 믿었다.”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에서 걸려 넘어지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믿음에 눈 뜨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믿음은 주님의 성령이 우리를 이끄실 때 주어지는 천상의 선물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부족함과 한계 그리고 죄 많음과 부끄러움을 알기에 겸허와 감사의 마음으로 주님의 이 위대한 사랑을 받아들입니다. 죄는 음험하고 무거운 것이지만 동시에 그 죄를 복되다하는 것은 바로 이런 까닭입니다. 우리가 저마다 믿음을 갖게 된 곡절을 깊이 헤아려 봅시다. 어찌 감사드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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