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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5주간 화요일]

20200331()

박준 야고보 신부

 

 

독서: 민수 21,4-9 / 복음: 요한 8,21-30

 

 

장동호 - 못십자가.jpg

 

 

 

찬미예수님. 오늘은 사순 제5주간 화요일입니다. 어느덧 3월의 마지막 날이 되었습니다. 성당 앞 벚나무에서도 꽃 봉우리가 올라온 것을 보니 점점 봄이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온 세계는 아직 코로나로 인해 얼어붙어 있으니 답답할 따름입니다. 공동체를 위한 배려 없이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몇몇 시민들을 뉴스에서 접할 때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지난 금요일 교황님의 성체강복 강론 말씀처럼 모든 것이 난파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 시간에 확고함과 도움과 의미를 줄 수 있는 연대와 희망을 잃지 않습니다.

 

 

특히 오늘의 독서와 복음 말씀을 통해 우리를 반드시 살려주실 예수님께 의탁합니다. 오늘 독서는 민수기의 말씀입니다. 익히 잘 아는 구리뱀 이야기입니다. 하느님께 불평하며 죄를 지었던 사람들이 통회하고 돌아오자 하느님께서는 모세를 통해 그들을 살려주십니다. “너는 불 뱀을 만들어 기둥 위에 달아 놓아라. 물린 자는 누구든지 그것을 보면 살게 될 것이다.”(민수 21,8) 소위 괘씸죄에 해당하는 이 백성들의 죄질에 비해 하느님께서는 너무나도 자비롭게 그들을 살려주십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이 이야기는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예형입니다. 같은 구조 안에서 구원의 스케일이 달라집니다. 구리뱀 대신에 예수님 스스로가 십자가에 달리셨고, 그것을 바라보고 살아난 이들은 비단 이스라엘 백성만이 아닌 온 인류가 됩니다.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높이 매달리는 행위뿐입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당신이 처하게 될 이 행위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사람의 아들을 들어 올린 뒤에야 내가 나임을 깨달을 뿐만 아니라,”(요한 8,28)

 

 

내가 나임을아리송한 말씀이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말이기도 합니다. 탈출기 314절에서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계시하신 당신의 이름 나는 있는 나다.(יהוה)” 예수님께서 마치 구리뱀과 같이 십자가에 들어 올려지신 후에야 비로소 당신이 스스로 계시는 분곧 하느님이심이 드러난다고 말씀해 주시는 것입니다. 그 십자가 위에 달린 당신을 바라보는 모든 이를 다시 살리시겠다 말씀해 주십니다.

 

 

어제의 복음에 이어서 우리의 신, 우리 구원자의 매력이 느껴집니다. 코로나19 쯤은 말씀 한 번으로 없애버리고,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며 남에게 피해를 주었던 이기적인 사람들을 가차 없이 벌하시는, 그런 모습으로 당신이 임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어제와 같이 죄인의 입장에 서서 그 고통을 헤아려 주시는, ‘라는 뱀에 물려 아파하는 이들을 위해 구리뱀처럼 나무에 매달리기를 자처하심으로써 당신이 있는 나임을 드러내시는. 그러한 멋진 분이십니다.

 

 

봄이 올 것 같지 않은 이 시기에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우리를 살리실 예수님을 믿고 의지하는 것, 그리고 그분이 하신 일을 따라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자녀를 자처하는 내가 나임을드러내기 위해서, 나만 챙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를 내어주는 것입니다. 자신이 받은 산소 호흡기를 젊은 환자에게 내어주고 하느님 곁으로 가신 이탈리아의 베라르델리신부님처럼 말입니다. 목숨을 내어 놓는 큰 일이 아니더라도 일상의 작은 것에서 우리는 참된 하느님과, 참된 나를 찾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오늘 하루, 나를 살리실 예수님을 만나고 내가 살릴 수 있는 누군가를 찾을 수 있기를 은총으로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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