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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5주간 목요일 - 성 마티아 사도 축일]

20200514()

박준 야고보 신부

 

 

독서: 사도 1,15-17.20-26 / 복음: 요한 15,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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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미예수님. 오늘은 마티아 사도 축일입니다. 현대인들의 사고방식 안에서 제비뽑기로 무엇인가 결정한다는 것은 이상적인 방법이 아닙니다. 우리는 논리적인 분석’, ‘합리적인 판단과 결정같은 것들을 좋아합니다. 제비뽑기는 그저 운에 맡기는 듯한 느낌입니다. 그래서인지 예수님의 열 두 제자의 자리를 이을 사도를 제비로 뽑았다는 오늘 독서의 말씀은 의아하게 다가옵니다. 예수님 부활의 증인이 되고 예수님께서 마지막으로 남기신 사랑의 직무를 이어가야할 사도를 뽑는 일이라면 더욱 엄격한 기준, 신중한 과정을 거쳐 선발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 말씀을 묵상하다 보면 공감이 됩니다. “이것이 나의 계명이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요한 15,12-13) 예수님은 너무나 어려운 두 가지를 한 번에 요구하십니다. 누군가를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일은 말 할 것도 없고, 그만한 벗을 만드는 일 부터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서로의 마음을 알게만 된다면 진정한 이 됩니다. 종은 주인의 마음을 알지 못하지만 벗은 서로의 마음을 알고 서로가 원하는 사랑을 내어줍니다. 그래서 목숨도 내어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 너무 닮아 있으면서도 너무 다릅니다. 그래서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어렵습니다. 사랑이라는 것이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내어주는 것이 맞는 일인데, 내 마음 같을 것이라 생각하면 어느새 너무 다른 모습이고, 또 반대로 나와는 다른 마음일 것이라 짐작하면 사실 같은 마음이었던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는 것이 간단한 과정이 아니지요.

 

사도들이 제비를 뽑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는 듯합니다. 우리가 서로 벗이 되고, 서로 목숨을 내어 줄 만큼 사랑하는 일은 논리적인 사고나 합리적인 판단만으로는 가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그것은 우리의 마음을 알아주시고, 우리를 친구라고 불러주신 예수님의 사랑에 의탁할 때에 가능합니다. 사도들은 제비를 뽑기 전에 예수님을 이렇게 부릅니다. “모든 사람의 마음을 아시는 주님!”(사도 1,24)

 

오늘은 마티아 사도 축일이기도 하면서 코로나-19의 극복과 종식을 위한 기도와 단식과 자선 실천의 날입니다.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에 속한 인간의 형제애 고등위원회는 우리 가톨릭 교우들뿐만 아니라 종교를 믿는 모든 선한 이들이 한 마음으로 기도해 주기를 다음과 같이 요청하였습니다.

 

이에 세상 모든 이들이, 개인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이 전염병의 종식을 위하여 기도하고 단식하며 선행을 실천할 것을 요청합니다. 각자 자리에서 자신의 종교적 전통의 가르침과 철학에 따라 거룩한 도움을 청하여, 이 역경 속에서 우리 자신과 온 세계를 구원하고, 과학자들이 바이러스 치료법을 발견할 수 있도록 힘을 불어 넣어주며, 이 심각한 전염병으로 발생한 보건, 경제, 인류에 미친 영향에서 이 세상을 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코로나-19 사태의 종식을 위해서는 잘 갖추어진 의료/방역 체계와 그를 위한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봉사가 분명 필요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거룩한 도움이 필요합니다. 사람을 벗이라고 부르며 내가 나 자신의 마음을 아는 것 보다 더 잘 헤아려 주시는 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하느님의 선물이라는 뜻의 마티아사도 축일을 보내는 오늘 더욱 절실히 그 도움을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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