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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5주간 수요일 강론

 

 

2020513, 김동희 모이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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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당신과 아버지 하느님과의 관계, 당신과 당신을 따르는 이들의 관계를 포도나무에 비유해 두 가지로 표현하십니다.

 

 

1. “나는 참포도나무요 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시다.”

 

 

먼저,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예수님은 당신을 참포도나무요 아버지를 농부로 소개하십니다. 왜 굳이 포도나무가 아닌 참포도나무라고 하셨을까요? 그 이유를 우리는 이사야서 5,1-7의 말씀(포도밭 노래)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내 친구에게는 기름진 산등성이에 포도밭이 하나 있었네.

땅을 일구고 돌을 골라내어 좋은 포도나무를 심었네.

그 가운데에 탑을 세우고 포도확도 만들었네.

그러고는 좋은 포도가 맺기를 바랐는데 들포도를 맺었다네.

자 이제, 예루살렘 주민들아 유다 사람들아

나와 내 포도밭 사이에 시비를 가려 다오!

내 포도밭을 위하여 내가 무엇을 더 해야 했더란 말이냐?

내가 해 주지 않은 것이 무엇이란 말이냐?

나는 좋은 포도가 맺기를 바랐는데 어찌하여 들포도를 맺었느냐? [...]

그분께서는 공정을 바라셨는데 피 흘림이 웬 말이냐?

정의를 바라셨는데 울부짖음이 웬 말이냐?”

 

 

주님께서는 당신의 백성을 이집트 땅에서 끌어내어 40년간 광야에서 이끌며 좋은 포도나무로 가꾸어 가나안 땅에 심으셨습니다. 해주지 않은 것 없이 잘 가꾸어 공정과 정의가 열매 맺기를 기대하셨지요. 그런데 이스라엘은 종살이하던 고통을 잊고 자신의 이웃과 이방인을 착취하여 억울한 피흘림과 울부짖음이 터져 나오게 하였으니 들포도밭이 되었다는 하느님의 탄식입니다.

 

 

반면에 예수님은 스스로를 참포도나무라 하시며 들포도와는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하십니다. 그분은 스스로는 하느님이시지만 파견된 이로서 파견자이신 하느님과 일치하십니다. 그분의 뜻에 순종하며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것을 열매 맺는 분이기에 참포도나무라 하시는 것이지요.

 

 

2.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다음으로 예수님은 제자들과의 관계를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라고 빗대어 말씀하십니다.

 

 

내 안에 머물러라. 나도 너희 안에 머무르겠다.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지 않으면 스스로 열매를 맺을 수 없는 것처럼,

너희도 내 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너희는 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가지가 나무에 붙어 있는 것처럼 제자들인 우리들도 포도나무인 당신 안에 머물며 열매를 맺으라는 말씀입니다. 사제서품 전 8일 피정 때 산책 중에 포도나무를 자세히 본 적이 있습니다. 포도나무는 참 볼 품 없는 나무입니다. 그런데 거무튀튀하고 윤기가 없어 죽은 나무를 연상시키지만 그 말라비틀어진 나무 몸통에 붙어 있지 않으면 싱싱한 줄기와 이파리를 갖지 못할 뿐 아니라 결국에는 열매 맺을 도리가 없다는 말씀이지요.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물론 과장된 표현입니다. 주님께 의지하지 않고도, 주님께 기도하지 않고서도, 주님 은총의 선물이 없어도 우리는 제법 많은 것들을 그럭저럭 잘 해내곤 합니다. 그런데 주님이 말씀하시는 열매는 그런 게 아닙니다. 기쁨과 평화 가득한, 신명나고 보람된 신뢰와 희망과 사랑의 열매는 맺지 못한다는 말씀이지요. 적당히 열매 맺고 살다가는 언젠가 자신이 거둔 그 모든 것이 그저 쭉정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겠지요 그때가 바로 주님께 돌아서야 할 때입니다.

 

 

3. 시편 80

 

 

살다가, 삶의 들판에서 쭉정이와 빈손만을 바라보는 이들을 위해 최민순 신부님 번역의 시편 80의 일부분을 기도로 바칩니다.

 

 

만군의 주 하느님 +

우리 힘을 도로 주시고 부드러운 얼굴을 보여 주소서 *

우리가 당장 살아나리이다.

 

 

당신은 이집트에서 포도나무를 가져다가 *

이방인을 내쫓으시고 심어 주셨나이다.

 

 

몸소 흙을 골라 주시니 *

땅 가득히 뿌리가 내렸나이다.

 

 

산과 산이 그 그늘에 덮이우고 *

하늘스런 체드루스들이 그 가지들에 덮이었나이다.

 

 

그 가지들 바다까지 뻗어 있었고 *

돋아 난 그 줄기 강까지 뻗었었건만,

 

 

당신은 어찌하여 그 울타리를 부수시어 *

길 가는 사람마다 따먹게 하셨나이까.

 

 

숲 속의 도야지가 휩쓸게 하시고 *

들짐승이 먹어 내게 하시나이까.

 

 

만군의 주 하느님 돌아오소서 +

하늘로서 굽어보사 살펴 주소서 *

비오니 포도밭을 찾아오소서.

 

 

지켜 주소서 당신의 오른손이 심어 주신 줄기를 *

당신 위해 실히 해주신 그 가지를. [...]

 

 

만군의 주 하느님 +

우리 힘을 도로 주시고 부드러운 얼굴을 보여 주소서 *

우리가 당장 살아나리이다.

 

 

김동희 사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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