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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성 요셉 기념일]

20200501()

박준 야고보 신부

 

 

독서: 창세 1,262,3 / 복음: 마태 13,5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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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미예수님! 오늘은 부활 제3주간 금요일이면서 51일 노동자 성 요셉 기념일입니다. 사회적으로는 노동절 혹은 근로자의 날이라 부르는 오늘, 교회는 노동자들의 수호성인이신 성 요셉을 기념하면서 인간에게 주어진 노동의 의미를 다시 생각합니다.

 

오늘 독서는 인간 창조에 대한 창세기의 말씀을 들려줍니다. “하느님께서 말씀하셨다. ‘우리와 비슷하게 우리 모습으로 사람을 만들자. 그래서 그가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집짐승과 온갖 들짐승과 땅을 기어 다니는 온갖 것을 다스리게 하자.’”(창세 1,26) 가톨릭교회에서는 오래전부터 이 창세기 126절의 말씀에 근거하여 인간이 하느님의 모상임을 가르쳐왔습니다. 문제는 과연 인간의 어느 모습이 하느님을 닮았는가 하는 것입니다.

 

역사 안에서 다양한 이론이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현대의 어떤 신학자는 인간에게 주어진 다스리는 역할을 하느님 모상의 자리라고 이야기 합니다. 창세기 126절과 28절에 근거하여 인간이 모든 피조물을 올바르게 다스릴 때에 비로소 창조주 하느님의 모습을 닮게 된다고 말합니다.

 

다스리다라는 한국어 번역이 다소 권위적인 모습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마치 인간이 같은 동족을 포함한 모든 피조물의 지배자 혹은 사용자로서 그들 위에 군림할 수 있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히브리어로 라다흐(רדה)’라고 하는 이 단어의 본래 의미는 보살피다에 가깝다고 합니다. 하느님께서 모든 피조물에게 생명을 주시고 잘 돌보아주시는 것처럼, 우리 인간도 서로를 포함한 모든 피조물을 돌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간에게 주어진 노동의 사명을 다시 생각하는 오늘 이러한 창세기의 말씀을 듣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아마도 모든 인간은 하느님의 모습을 닮아 세상을 보살피는 노동자임을 기억하도록 초대하는 것이 아닐까요?

 

사실 제 자신을 포함한 우리들은 노동자이기 보다는 소비자이기를 원합니다. 무엇인가 창조하고 보살피는 일 보다는 소모하고 지배하는 일이 더욱 쉬우면서도 나에게 쾌락을 주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나의 그러한 이익과 쾌락을 지키기 위해 하느님의 모습을 닮은 내 이웃들의 존엄성을 착취하기에 이릅니다.

 

내 어린양들을 돌보아라라는 요한 복음 21장의 말씀으로 시작하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노동절 담화문은 이러한 성찰을 담아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한 가정의 생계와 한 가족의 생존을 짊어진 노동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우리 사회가 지켜 내고 우리 교회가 품어 안을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사람을 일회용품처럼 쓰고 버리는 폐기의 문화야말로 바이러스보다 훨씬 더 치명적인 집단 감염원임을 기억합시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있어서 이 바이러스를 물리칠 수 있는 백신은 무엇일까요? 모든 인간은 하느님 창조 사업에 동참하는 노동자임을 기억하면서 현대 사회의 많은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가장 먼저 할 일은 예수님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이야 말로 하느님을 가장 완전하게 닮은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되셨고, 아버지를 따라 손수 노동을 하셨고, 무엇보다 이번 한 주간 들어온 복음의 내용처럼, 당신 자신을 내어주면서까지 하느님의 피조물을 살리시고자 하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근본 동력은 비인간적인 삶을 견디며 낮은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못에 찢긴 아물지 않은 손으로 숯불을 피워 몸소 제자들의 아침밥을 해 먹이시던 주님께서는, 지금도 당신 지체인 가난한 노동자들의 상처투성이 손을 통하여 우리 모두를 먹여 살리십니다.

(요한 21,1-14 참조).

 

 

이천 물류창고 화재로 인해 돌아가신 노동자들이 예수님의 품에서 평화의 안식을 얻으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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