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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3주간 화요일 강론

 

 

2020428, 김동희 모이세 신부

 

 

하늘에서 너희에게 빵을 내려 준 이는 모세가 아니다.

하늘에서 너희에게 참된 빵을 내려 주시는 분은 내 아버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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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미 예수님!

 

 

어제는 오전 10시 미사를 마치고 호수공원 애수교까지 산책을 나갔다 왔습니다. 다리 아래 거무튀튀하고 통통한 대물 잉어들을 한동안 지켜보다 돌아왔습니다. 언제 시간되면 강이나 저수지로 낚시 한번 다녀와야지 하는 생각이 동했지요.

 

 

저는 강론을 준비할 때 주일 강론의 경우에는 매일미사 책의 4~5주일 독서와 복음을 미리 다 읽고 준비합니다. 평일에도 1주일분을 모두 미리 살핍니다. 그 이유는 첫째로, 말씀의 전체적인 맥락을 염두에 두고 전체의 빛 안에서 부분을 바라볼 때 교회가 전례력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초점을 잃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 사실 이것도 앞의 것 못지않게 중요한데 비슷한 내용의 복음이 몇 주일 또는 며칠간 이어질 때가 있는데 그것을 모른 채 하고픈 이야기들을 앞서 다 해버리고 나서는 강론 밑천이 바닥이 나 끙끙거리며 애를 먹은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주일을 전후하여 약 한 주간 이어지는 복음이 바로 그러한 예에 속합니다. 주일 복음에서는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가 길에서 예수님을 만나 자신의 집에 초대하였다가 그분이 빵을 떼어 나누어 주실 때에야 부활하신 예수님이신 줄을 알아보았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고요, 월요일인 어제부터는 빵을 많게 하신 기적 이후의 사람들의 반응을 소개하며 생명의 빵에 관한 예수님의 긴 가르침을 들려줍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성찬례와 밀접 한 연관이 있습니다. 빵을 떼어 제자들에게 나누어주는 일, 자신의 몸을 부수어 수난의 시간에 내어주고 부활하시는 그 여정을 예수님은 복음의 다른 곳에서 이렇게 표현하였습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 12,24) 과연 예수님의 수난과 부활 이후 열매가 맺히기 시작합니다. 제자들은 용기 있게 예수님을 수난하시고 부활하신 주님으로 선포하고, 오늘 독서의 스테파노 부제는 첫 순교자로서 예수님과 너무도 흡사한 모습으로 그 죽음의 길을 따라갑니다.

 

 

오늘 복음에서 군중들은 빵의 기적을 체험하고도 또 다른 표징을 요구합니다. 모세가 하늘에서 빵을 내리게 하여 그들의 조상들이 광야에서 만나를 먹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이에 대해 예수님은 강한 어조로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하늘에서 너희에게 빵을 내려 준 이는 모세가 아니다. 하늘에서 너희에게 참된 빵을 내려 주시는 분은 내 아버지시다.” 모세가 하늘의 곳간을 털어 백성들에게 만나를 내려준 것이 아니라, 허기진 백성의 소리를 모세가 전하자 하느님께서 백성에게 만나를 내려주신 것이지요. 그게 그거라구요?

 

 

모세는 구약에 있어 가장 겸손하면서도 위대한 인물로서 이집트에서 고된 종살이를 하던 백성들을 40년에 걸쳐 약속의 땅으로 인도한 참 지도자였습니다. 그런 그를 하느님께서는 약속의 땅에 들어가기 전에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지게 하셨습니다. 하느님의 충실한 종 모세 역시도 하느님을 가리는 장애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하느님의 명에 모세 자신도 슬그머니 사라집니다. 문득 이형기 시인의 <낙화>라는 시의 일부분이 떠오르네요.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어서 예수님은 자신을 하늘에서 내려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빵이라 알려주시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영원하고 참된 구원은 사람이 아닌 하느님에게서 옵니다. 명심하고 또 명심하십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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