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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수난 성지 주일]

20200405()

박준 야고보 신부

 

 

예루살렘 입성 복음: 마태 21,1-11

1독서: 이사 50,4-7 / 2독서: 필리 2,6-11 / 복음: 마태 26,14-2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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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미예수님

오늘은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입니다. 결국은 성주간과 부활대축일마저 공동체가 함께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미사와 성삼일 전례는 본당의 신부님들, 수녀님들 그리고 학사님과 함께 대성전에서 봉헌합니다. 더욱 쓸쓸해 보이겠지만 그만큼 더 교우분들을 기억하며 봉헌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미사는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과 십자가 수난을 재현합니다. 매일미사 책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래서 오늘 복음은 두 개입니다. 성대한 입당 전, 예수님께서는 어린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들어가시고, 군중은 그분을 맞이하며 환호하는 모습의 복음을 듣게 됩니다. 그리고 미사 중에는 유다가 예수님을 팔아넘기는 장면부터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시기 까지 마태오가 전하는 수난기를 듣게 됩니다.

 

그래서 오늘 미사 중에는 너무나도 상반된 두 모습이 동시에 보여집니다. ‘호산나(우리를 구원하소서)’하고 외치던 군중들의 환호가 어느새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하는 외침으로 바뀝니다. 나자렛 출신의 예언자라며 자신들을 로마의 지배에서 구해줄 영웅으로 예수님을 떠받들던 이들이(참조: 마태 21,10-11), 그분 대신에 이름난 죄수 바라빠를 풀어달라고 외칩니다. 한 도시 안에서 벌어지는 두 가지 반응처럼, 예수님을 따르는 나의 태도 또한 선택의 기로에 있습니다. 한편 예수님의 길은 오롯이 하나임을 생각하면서 어떤 행렬을 따를지 선택해 봅니다. 

 

묵상 가운데 문득 예수님의 손이 떠올랐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목수 아버지를 따라 자주 타고 다녔을 익숙한 나귀임에도, 그 어느 때 보다 굳게 고삐를 쥐고 계십니다. 군중이 갈망하는 메시아의 모습과는 반대로 당신을 낮추시어 십자가에 순종하실 각오가, 온순함과 겸손을 상징하는 나귀의 고삐를 쥔 예수님의 손에서 느껴지는 듯합니다얼마 지나지 않아 나귀의 고삐를 잡던 두 손은 거친 십자 나무를 받쳐 듭니다. 고삐를 쥐고 있을 때만큼이나 굳게 붙들고 가십니다. 고통스럽지만 놓치지 않겠다는 열정(Passion)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 두 손에는 구멍이 뚫립니다.

 

저는 오늘 제2독서인 필리피서 2장의 그리스도 찬가를 좋아합니다. 사람이 되시고 수난하신 예수님의 겸손한 순명에서, 사람을 구원하시고자 하는 사랑이 가장 잘 드러난다는 사실을 이 찬가가 느끼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미천한 나귀의 고삐를 잡은 손, 십자가 나무를 놓치지 않으려는 손, 못에 뚫린 그 손이 곧 태초에 사람을 빚으시고 보살피신 그 손이라는 것을 오늘 말씀을 통해 느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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