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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3주일] -어린이/청소년 강론

20200315()

박준 야고보 신부

 

 

1독서: 탈출 17,3-7 / 2독서: 로마 5,1-2.5-8 / 복음: 요한 4,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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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미예수님

 

오늘은 사순 제3주일입니다. 먼저 지난주 저와 학사님, 그리고 본당의 신부님들과 수녀님들이 함께 만든 영상을 만은 분들이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영상 퀴즈에 대해 정답을 보내주셨어요. 아마 강론을 나눌 때쯤이면 추첨 영상을 통해서 당첨자가 발표된 다음이겠지요? 축하드립니다.

 

사순시기의 시작과 함께 미사와 모든 성당 모임이 중지되면서 제가 복사단에게 숙제를 내 주었습니다. 매주 주일과 수요일의 복음을 읽고 기억에 남는 구절을 적어서 다시 만나는 날 제출해 달라고 부탁을 드렸지요. 많은 학생들이 잘 해주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을 보면서 하기 싫은 마음이 많이 생길 것 같아요... 우선 내용이 길고 또 어렵습니다. 제가 묵상했던 내용을 나누기 전에 오늘의 이 긴 복음 안에 숨어있는 몇 가지 의미들을 함께 찾아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치 숨은그림찾기처럼 하다보면 생각보다 재미있을 거예요.

 

전체적인 줄거리는 예수님과 어떤 여인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시작부터가 흥미롭습니다. 복음에도 나와 있듯이, 예수님이 이 여인에게 먼저말을 건네신 것은 매우 특이한 일이었습니다. 유다 사람과 사마리아 사람은 같은 땅에 살고 있었지만 서로 완전히 다른 나라처럼, 서로 원수지간처럼 지냈기 때문입니다. 사마리아 여인이 예수님께 선생님은 어떻게 유다 사람이시면서 사마리아 여자인 저에게 마실 물을 청하십니까?”라고 말할 때 사용한 유다 사람이라는 단어는 그냥 보기에는 평범하지만 사실 예의 있는 호칭은 아니라고 합니다. 유다 사람과 사마리아 사람이 서로 친하지 않다는 것을 드러내는 호칭인 것이지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예수님이 먼저이 여인에게 마실 물을 청합니다. 사실 예수님이라면 스스로 물을 충분히 구하실 수 있을 텐데, 전에 하셨던 것처럼 기적을 일으키셔서 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 텐데도 불구하고 원수지간과도 같은 사마리아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십니다.

 

두 번째 숨은 그림은 이 사마리아 여인이 예수님께 사용한 호칭이 점점 변한다는 사실입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처음에는 유다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그다지 상대방을 높이는 호칭은 아닙니다. 그런데 조금 있다가, 예수님께서 당신이 주실 물은 영원한 생명을 주고, 또 평생 목마르지 않을 물이라고 하시니 여인의 태도가 바뀝니다. 예수님을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조금은 예의를 갖춥니다. 그러다가 예수님께서 이 여인의 집안 사정을 모두 알아맞히시자 여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선생님, 이제 보니 선생님은 예언자시군요.” 그리고 마지막에는 예수님을 그리스도곧 자신의 구원자로 고백합니다. 무엇이 이 사마리아 여인을 점점 변화하도록 만들었을까요?

 

마지막 숨은 그림은 입니다. 이미 알아차리신 학생들도 있겠지만 처음부터 사마리아 여인과 예수님의 대화는 잘 맞지가 않았습니다. 사마리아 여인이 말한 과 예수님이 말씀하신 의 의미가 서로 달랐기 때문입니다. 사마리아 여인은 우리가 실제로 마시는 을 생각했고, 예수님은 그보다 더 큰 의미, 가령 하느님을 향한 우리들의 믿음, 이웃을 향한 우리 서로의 사랑과 같이 우리 영혼에 생명을 주는 그러한 을 생각하셨습니다. 이렇게 볼 때 우리가 처음 찾은 숨은 그림에서 예수님이 먼저사마리아 여인에게 물을 청하신 의미를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정말로 목이 마르셨을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하느님을 향한 인간의 믿음을 요청하신 것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 세 가지 숨은 그림들을 찾으면서 저의 어린 시절들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 까지 복사단 활동과 주일학교 활동을 꾸준히 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신학교에 들어갔고 10년이 지나 신부가 되었습니다. 그 과정을 돌아보면 오늘 복음의 숨음 그림들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 복사를 서게 된 것은 어머니께서 시키셨기 때문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처럼 예수님께서 어머니를 통해 먼저말씀을 건네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예수님은 늘 저와 함께 해 주셨습니다. 그러면서 점차 예수님을 향한 저의 호칭도 변화해 갔습니다. 무엇보다 예수님께서 주시고자 했던 그것이 무엇인지 조금씩 알아갈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성당에 나오고, 주일학교를 다니고 혹은 복사를 서면서 얻는 기쁨, 즐거움 혹은 만족감 이러한 것들을 이라고 했을 때, 제가 얻고자 예수님께 청했던 물은 단순했습니다. 복사를 서면서 그저 남들 앞에서 무언가 의미있는 일을 하고, 어른들께 칭찬을 받는, 그래서 스스로가 좋은 사람처럼 여겨지는 그 느낌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사제가 된 지금 돌아보니 예수님께서 제게 주고자 하셨던 은 그 정도의 단순한 것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 예수님은 제가 복사단이나 주일학교 활동 등을 통해 좀 더 예수님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래서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셨던 것 같습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물을 건네시는 분이십니다. 그러기 위해 못난 나에게 먼저 말씀을 건네시고, 당신을 향한 나의 마음이 조금씩 변화하도록 오늘 복음 말씀만큼이나 오래 앉아서 들어주십니다. 우리 마두동 성당의 학생들도 성당에 나오면서 얻는 기쁨을 조금씩 찾아가고 또 키워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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