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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2주간 목요일 강론

 

 

회개는 화해를 위한 것입니다!

 

 

2020312, 김동희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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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복음은 유명하기 이를 데 없는 부자와 라자로의 비유입니다. 익숙한 곳에서 스스로를 새롭게 돌아보게 하는 말씀을 찾기는 참으로 어렵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 하나가 떠오릅니다. “사제는 강론을 하는 것이 힘들고, 신자들은 강론을 듣는 것이 어렵다.”

 

 

 

 

이 비유에서는 부자가 종기투성이의 가난한 라자로에게 어떤 해코지를 가했다는 말이 전혀 없습니다. 아무런 못된 일도 하지 않았다면 부자의 잘못은 도대체 무엇입니까? 개들이 상처를 핥는 종기투성이의 가난한 라자로, 호사스런 부자의 식탁을 그 역시 탐하다가도 이내 그저 부스러기라도 떨어지기를 갈망했던 그의 간절한 눈망울을 외면하고 그를 배제해버린 무관심이 바로 그의 죄요 벌에 처해진 까닭입니다. 자비하신 하느님의 법정은 세상의 법정, 사람들의 법정과 이토록 다릅니다. 어떤 악한 일을 해서가 아니라, 관심과 사랑을 저버려 스스로도 참 사람으로 살지 못하고 이웃들도 사람답게 살게 하지 못한 죄가 무겁고 큰 죄로 평가받는 자비의 법정!

 

 

오늘날 이 무관심의 죄를 가장 분명하게 보게 해주는 분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이십니다. “나이든 노숙자가 길에서 얼어 죽는 것은 기사화 되지 않으면서 주가 지수가 조금만 내려가도 기사화 되는 것이 말이나 되는 일입니까?” 하며 교황님은 우리 시대에 만연한 무관심의 세계화를 크게 걱정하십니다. 스스로는 안락을 추구하면서도 이웃의 아픔은 보지 못하고, 공감하지 못하고, 그래서 도움의 손길도 건넬 줄 모르니 우리 모두가 야만적인 익명의 숲에서 야수처럼살고 있다고,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보이지만 실은 허망한 비눗방울 속에서 제각각살고 있다고 안타까워하십니다.

 

 

교황님은 그 처방전을 이렇게 작성해주셨습니다. 이웃을 위해 우십시오. 그렇지 못하다면 울 줄 아는 은총을 청하십시오.” 코로나19의 확산과 장기화로 인한 환자들의 고통과 연관된 종사자들의 고된 노고 앞에 우리는 무엇보다 우리가 서로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보려하지 않고 고립된 개인으로 안주하며 살아온 우리의 무관심을 목 놓아 울어야 할 것입니다. ‘함께 울어주는 이가 될 때, 감염 전파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비롯하여 필요한 도움을 건네기 위한 구체적인 길도 찾게 될 것입니다.

 

 

며칠 전 여성총구역의 지역장님 한분께로부터 이런 문자를 받았습니다.

 

 

반장님 이하 우리 반 자매님들, 우리가 단지 기도만 하고 있기보다 대구를 도와줄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이 없을까요? 의료진들도 피곤에 쓰러지기도 한다는데 대구교구를 통해서든지 개인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방법 좀 알아봐 주시겠어요? 돕고 싶은 마음은 간절한데 막상 어디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연해서요.”

 

 

그래서 교구 총대리 신부님께 문의하여 다음과 같이 답을 드렸습니다.

 

 

우리 교회 차원에서 현재 너무나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구 지역의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겠느냐, 가능한 방법이 있으면 돕고 싶다는 본당 교우들의 뜻을 교구에 전달하였습니다.

우리 교구는 그건 언제나 국내 및 해외를 가리지 않고 큰 재난이 있을 때에는 바로 2차 헌금 등을 통해 도움을 드려왔는데, 이번 코로나19 사태 중에는 본당들이 정상 운영되고 있지 못한 상태이다 보니 대책마련이 어려운 듯합니다.

교구에서는 확보 가능한 마스크를 구입해 비록 많은 양은 못되지만 대구교구에 보내드렸다고 합니다. 이후 다소 어떻게 도울지 몰라 막연한 맘으로 기다려왔는데, 이제 교구 사회복지법인인 대건 카리타스를 통해서 대구를 도울 수 있는 좀 더 구체화된 논의를 시작한다고 합니다.

본당의 교우분께서 좋은 제안을 주셨는데 현재로서는 뚜렷하게 도움의 필요한 영역이 무엇인지,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등이 나오지 않은 듯합니다. 계속 교구에 문의하여, 도울 길이 있으면 신자 여러분에게도 공지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교구로부터 큰 피해를 입은 대구교구와 안동교구에 교구 사회복지법인인 대건 카리타스가 긴급구호자금을 전달하기로 결정하였다는 내용과 더불어 긴급구호모금을 실시한다는 내용이 공지되었습니다. 마두동만의 노력은 아니었겠지만 저희들의 기도와 마음이 긴급구호모금을 만드는 데 일조한 것은 분명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개인도 본당도 모두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이겠지만, 어려운 때일수록 주변을 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사순절은 회개의 시기입니다. 참된 회개는 자신을 비난하는 일이 아니라 새로운 눈뜸이요, 새롭게 열려진 눈으로 하느님과 자신, 이웃과 세상을 바라보는 일입니다. 이 사순시기가 벽을 쌓는 시간이 아니라 다리를 놓는 귀한 때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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