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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2주일]

2020038()

박준 야고보 신부

 

 

1독서: 창세 12,1-4/ 2독서: 2티모 1,8-10 / 복음: 마태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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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미예수님

벌써 사순 2주일입니다. 저로서는 사제 서품을 받은 지 한 달 하고도 3일이 지났습니다. 마두동에서의 주일도 벌써 세 번째 맞이합니다. 모두들 잘 지내고 계신가요? 학교 개학이 다시 한 번 연장 되면서 전에는 방학이 늘어났다며 좋아했던 친구들도 이제는 슬슬 지루해지기 시작했을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힘들고 고통 받는 많은 학생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대한민국에서 학생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매우 힘겨운 일이죠? 사실 저는 중·고등학교 시절을 한국에서 보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의 힘겨움을 완전히 공감하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간접적으로 듣고 머리로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안타까움을 많이 느꼈습니다. 얼마 전, 프란치스코 학사님께서 들려주신 이야기입니다.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다가 주일학교 학생을 만났다고 합니다. 학원 점심시간이어서 혼자 밥을 먹으러 왔는데, 학원에서 허락하는 점심시간이 단 20분이었다고 합니다. 그나마도 부모님들의 건의로 인해 10분 길어진 것이라고 하더군요.

 

노력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비록 한국의 지나친 경쟁 구조에 대해서는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만, 스스로 정한 목표를 향해 성실하게 노력하는 모습은 학생들에게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다만 이러한 노력이 자기 자신을 괴롭히는 일이 아니라,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과정이 되기 위해서는 그 목표를 분명하게 보아야 합니다. 이 목표가 그저 나 혼자만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혹은 남을 괴롭히기 위한 이기적인마음에서 나오는 목표라면 아무리 그 과정에서 성실하게 노력했다고 해도 그것은 기쁨이 될 수 없습니다. 우리가 밥을 먹는 시간까지 아껴가면서 열심히 공부하는 이유는 분명 나 자신 뿐만 아니라 내 가족, 내 이웃을 위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어야 합니다. 특히나 성당에 다니는 우리 주일학교 학생들은 가족과 이웃뿐만 아니라 하느님을 보아야 합니다.

 

  오늘 복음은 사람이셨던 예수님이 하느님의 모습으로 변하신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묵주기도 빛의 신비를 외우고 있는 학생이라면 제4단에서 묵상하는 거룩하게 변모하심이 바로 이 기적임을 아시겠죠? 사순 기간의 두 번째 주일에 이러한 말씀을 들려주시는 이유는 사순시기, 곧 자신을 희생하고 절제하는 이 과정의 목표를 우리에게 분명히 보여주시기 위해서입니다. 1독서에서도 하느님께서는 아브라함에게 분명한 목표, 곧 당신이 선물로 주실 을 보여주십니다. 2독서에서는 예수님께서 복음을 통해 생명을 환히 보여주셨다고 말합니다. 결국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서 우리가 생활에서 하는 모든 희생과 노력의 목적은 하느님이심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은 그 반대의 의미도 알려줍니다. 오늘 복음은 마태오 복음 171절에서 9절 사이의 말씀이죠? 그 바로 전 말씀인 마태오 복음 1621절에서 28절의 내용은 예수님께서 당신의 죽음과 부활을 처음으로 예고하시는 장면과, 당신을 따르기 위해서는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한다고 말씀하시는 장면입니다. 그 다음에 이어서 하느님 모습으로 변하시는 오늘 복음이 나옵니다. 이 세 이야기를 이어서 볼 때, 자신을 희생하고 절제하는 십자가의 과정 없이는 하느님이라는 거룩한 영광을 누릴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시는 것이지요.

 

   저희 어머니께서 자주 하시던 말씀이 있습니다. ‘사람이 어떻게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겠어?’ 다들 마찬가지이겠지만 학생 때에는 공부가 너무나 하기 싫습니다. 그런데 모두가 잘 아는 것처럼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해야만 하는 것들 끝에 무엇이 있는지 잘 살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우리 주일학교 학생들의 노력과 성실함 끝에는 하느님께서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하느님을 위해서 지금 내가 하기 싫은 일들 또한 이겨낸다는 마음으로 힘겨운 시간을 기쁨의 시간으로 이겨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만날 때까지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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