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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1주간 월요일]

20200302()

박준 야고보 신부

독서: 레위 19,1-2.11-18 / 복음: 마태 25,3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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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미예수님

오늘은 사순 제1주간 월요일입니다. 우리 모두는 그 어느 때보다 사순시기 같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사실은 가장 사순시기다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느님과 이웃들을 만나지 못하고 홀로 기도하는 이 시간들이 마치 어제 예수님께서 유혹을 받으신 광야를 연상케 합니다. 이웃들을 직접 만나고 정을 나누지는 못하지만 오늘 독서와 복음은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에 대해 다시금 일깨워 줍니다.

 

저는 중·고교 시절을 외국에서 지냈습니다. 중학교 1학년을 마치고 이민을 갈 때부터 막연하게 사제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던 저는 현지에서 예비 신학생 모임을 다녔습니다. 한 번은 피정에 참여했었는데,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가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습니다. 12시를 한참 넘긴 새벽시간, 시내의 거리에서 방황하고 있는 청소년들이나 부랑민들에게 따뜻한 수프와 갓 구운 소시지 등을 나누어 주는 활동이었습니다.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 한 분은 커다란 개를 끌고 오셨던 중년 남성이었습니다. 자세한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음식을 받아서 돌아서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눈물이 났던 것을 분명히 기억합니다. 그 커다란 개를 가족이자 친구로 다정하게 대하는 그 모습을 보면서, 그 개 외에는 그와 동행해 주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눈물이 났던 것 같습니다. 눈물을 흘리며 들었던 마음은 그분의 고독함과 쓸쓸함에 대한 공감과 더불어, 작은 일이지만 내가 무언가 할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한 기쁨도 있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 자신을 사회의 모든 약자들과 동일시하십니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 독서인 레위기에서는 야훼 하느님께서 당신 자신의 이름을 걸고 명하십니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나는 주님이다.” 사순시기를 시작했음에도 현실적으로 이웃사랑의 실천이 어려운 이 때에 오늘 독서와 복음은 마치 큰 숙제를 우리에게 안겨주는 듯합니다. 그러나 이는 우리에게 과제인 동시에 선물입니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느낄 수 없는 하느님을 우리가 지금 현세에서부터 이웃들을 통해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죽은 후에도 하느님과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직접 당신 자신을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과 동일시 하셨으니 하느님을 만날 더 쉽고 빠른 기회를 얻은 것입니다. ‘임금의 오른쪽에 앉은 양 떼들은 자신들이 이웃에게 베푼 사랑이 하느님을 향한 것인지 의식하지 못한 채 그렇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이것을 알게 된 우리는 더욱 큰 기쁨과 희망을 가지고 이웃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나 자신과 나의 이웃을 너무나 사랑하셔서 당신 자신과 같게 여기시는 예수님을 바라보면서, 고독하게 시작하는 사순시기를 기쁘고 복되게 이어갈 수 있는 은총을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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