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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 11주간 월요일 강론

 

 

2020615, 김동희 모이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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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라는 동태복수법(同態復讐法)은 잔인하게 느껴지지만, 사막의 유목민들 사이에서 횡행하던 피의 복수에 있어 복수의 한계를 정한 것이기도 하다. 당한만큼만 복수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오늘날과 같은 법정이 생기기 이전의 관습법인 셈이다. 얼마나 지독한 복수가 행해졌으면 이런 제한선이 생겨났을까. ‘일본판 고려장을 다룬 영화 <나라야마 부시코>에는 작은 산골 마을에 도둑질한 이가 생기자 마을 사람들이 회의를 하여 그 가족 전체를 죽이는 장면이 들어 있다. 작은 마을에서 인심이 흉흉해지면 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 어떤 의미일까? 악과 싸우다가 바로 내가, 내가 원하는 선의 모습을 드러내기보다 도리어 내가 싸우고자 하는 악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타인을 추상화, 비인간화시키지 말라고 경고하신다. 악한 이를 상대하며 짐승만도 못한 놈, 버러지만도 못한 놈 그리고 더 나아가 저것은 사람도 아니야!’에 이르게 되면 이후 우리가 뿜어내는 언어나 물리적 힘을 통한 복수가 그 선을 넘어서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서 이런 경구가 있는가보다. “괴물과 싸우면서 괴물이 되는 우를 범하지 말라.”

 

 

때론 싸워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싸우다가도 그 싸움터 한복판에서 괴물이 되어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거든, 내가 바로 내가 싸우고자 하는 악의 일부임을 보게 되거든 멈출 줄도 알아야 한다. 물러날 일이다. 사도 바오로는 로마서 1221에서 이렇게 충고한다. “악에 굴복당하지 말고 선으로 악을 굴복시키십시오.” 예수님의 다음 말씀들도 같은 맥락에서 받아들이면 되겠다.

 

 

누가 네 오른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 대어라.

또 너를 재판에 걸어 네 속옷을 가지려는 자에게는 겉옷까지 내주어라.

누가 너에게 천 걸음을 가자고 강요하거든, 그와 함께 이천 걸음을 가 주어라.

달라는 자에게 주고 꾸려는 자를 물리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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