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교우들에게 띄우는 부활절 편지
“평화가 너희와 함께!”
마두동성당 교형자매 여러분, 부활 축하드립니다. 본당 주임사제를 맡고 있는 김동희 모이세 신부입니다. 신자들과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임용훈 디모테오, 이규섭 스테파노, 박준 야고보 신부님과 함께 본당의 사제단은 열심히 미사를 드리며 주님 부활을 기다려 왔습니다. 우리 주님께서는 말씀하신 대로 부활하셨습니다. 그분은 더 이상 무덤에 계시지 않습니다. 무덤은 비어 있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희망찬 생명력이 여러분 모두에게 함께하길 기원합니다.
부활하신 주님과의 만남으로 변화된 제자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길어지면서 마음은 불편하고 몸은 찌뿌둥하시지요? 이웃이나 교우들과의 만남이 그리우면서도 또 가까이 다가갈 엄두가 나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시간들을 보내고 계시지요? 성경을 보면,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실망하여 지친 제자들을 꾸준히 찾아 주십니다. 그분은 제자들에게 늘 이렇게 인사하셨습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평화가 얼마나 강력한 복음의 가치인지를 알려주는 대목입니다. 그와 더불어 등장하는 또 다른 표현은 “두려워하지 마라!”입니다. ‘두려워 말라’는 이 표현은 성경에 365번 등장한다고 합니다. 일 년 365일처럼 말입니다. 매일매일 명심하여 경계해야 할 것이 바로 ‘두려움’이라는 뜻이겠지요.
빈 무덤이나 발현 이야기보다 더 강력한 주님 부활의 증거는 제자들의 변화입니다. 자신의 스승에게 잔인한 죽음을 안긴 이들에 대한 두려움, 굳건히 추종하던 이의 죽음에 함께하지 못하고 줄행랑을 놓아버린 씁쓸한 자책감, 스승에게 걸었던 모든 기대가 무너져버린 허망함 등 성경의 무대에서 자취를 감출 것만 같았던 그들이 별안간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합니다. 그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주님의 사랑 지극한 수난과 부활하심을 증언하는 용기 있는 사도들로 변화합니다. 부활하신 주님과의 만남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설명될 수 없는 큰 변화이지요.
코로나19 이후 우리는?
많은 학자들과 지식인들은 코로나19 이후(포스트 코로나) 인류의 삶의 방식에 큰 변화가 오리라 예견하고 있습니다. 감염 위험의 비상 국면에서 취해졌던 조치와 대다수의 사람들이 지녔던 삶의 태도가 그냥 계속해서 이어져 나갈 수 있다는 것이 그 핵심입니다. 건강, 개인위생 등에 대한 관심은 고조된 반면, 개인의 자유와 프라이버시 등은 방역을 빌미로 약화되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었고 사람들이 적은 곳을 찾으며 ‘상대적 안전감’을 추구하면서 비대면 ‘언텍트’(Untact) 문화가 확산되어가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에게 개인으로서는 ‘고요의 시간’이 증가하여 그것이 휴식과 성찰을 통한 충전의 시간이 되고 있고, 그동안 저마다 바쁜 삶으로 인해 얼굴조차 잃어버렸던 ‘가족의 시간’은 조금 더 빈번해졌습니다. 그러기에 코로나19는 우리에게서 많은 것을 앗아 갔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회요 선물이기도 합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시대에 있어 이러한 양상을 예상하면서도 그것이 고립과 폐쇄, 국수주의 등으로 나아갈 것이 아니라 신뢰와 연대를 통한 협력의 관계로 나아갈 때 밝은 미래가 주어질 것이라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들에게는 현명함과 용기가 아울러 필요해 보입니다. 감염의 위험이 엄존하기에 부득이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 개인위생을 중시하는 비대면 문화는 ‘현명한’ 자세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개인의 자유로운 활동 및 공동체 활동이 무작정 희생될 수는 없습니다. 이 모두가 우리에게는 포기할 수 없는 꼭 필요한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의 선택이 미래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모습을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현명함 가운데서도 용기를 잃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신자들과 함께하는 미사 중단이 신앙의 공백기가 되지 않도록...”
지난 부활대축일 아침에 본당의 사제들과 수녀들, 사목회 상임위원회 회장단은 함께 모여 쉽게 진정될 국면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장기화 전망 아래에서의 본당 운영방안 및 우리 각자의 신앙생활을 어떻게 지속해 나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논의하였습니다. 여기에서 저희들은 “신자들과 함께하는 미사 중단이 신앙이 공백기 되지 않도록” 사목적인 노력을 요청하신 교구장님의 뜻에 따라 신자 개인 및 가정에서 노력할 수 있는 신앙 실천 방안과 더불어, 정부의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권고가 끝나는 4월 20일 이후 본당신자 가운데 소수의 인원이 참여하는 미사를 조심스럽게 재개하는 방안을 놓고 깊이 숙고하였습니다. 논의를 바탕으로 결정된 4/20(월) 이후의 본당 운영에 대하여 알려드리겠습니다.
4월 20일(월)부터 정부의 방역규정(특히 마스크 착용 및 거리두기와 방역)을 엄격히 준수하는 가운데 소수의 인원이 안전하게 참여하는 방식으로 미사를 재개하겠습니다.
평일미사로는 월~토요일 오전 10시에 한 대의 미사를, 주일에는 오전 11시와 오후 5시에 두 대의 미사를 드리려 합니다. 다만, 미사에 참례하고픈 신자들의 갈망을 깊이 헤아리면서도 감염 예방을 위해 매 미사마다 2개 구역 정도로 참석 인원을 제한합니다. (미사별 참여 구역은 별도로 사전 공지해 드리겠습니다.)
본당 대성전은 미사참례자 및 개인 기도와 성체조배를 원하는 분들을 위해 오전 9시~12시, 오후 2시~5시에 한해서 개방하겠습니다. (개방 시간에 사무실 이용은 가능합니다.) 본당 이용 시 발열체크 및 방문자 기록에 꼭 협조해주시기 바랍니다.
본당의 미사참례 이외에 가정에서 매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기도문’과 묵주기도 바치기, 가족이 함께하는 공소예절이나 유투브·평화방송 미사와 신령성체, 성인전 및 성경 읽기와 필사 등 가족이 함께하는 적극적인 신앙생활을 당부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특히 고통을 겪고 있는 사회적 취약 계층 돌보기 실천도 부탁드립니다. (어려운 친척·친구·이웃 등에게 격려의 전화나 문자 보내기, 코로나19 긴급모금 및 사순 저금통을 통한 이웃과의 나눔 등)
평일 미사 강론은 지금과 동일하게 홈페이지에 글로 올려 드리고, 본당의 주일 교중미사는 유튜브를 이용하여 중계하여 드리겠습니다.
계속해서 변화하는 상황을 지켜보며 운영의 묘를 발휘해야 할 때라 여겨집니다. 우리 모두의 건강과 자유, 프라이버시와 공동체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전교하도록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마치 양들을 이리떼 가운데 보내는 것과 같은 엄중한 상황임을 아시고 “뱀처럼 슬기롭고 비둘기처럼 순박하게 되어라.”(마태 10,16) 하셨습니다. 너무 위축되어서도, 또 분별과 자제심을 잃어버려서도 안 될 것입니다.
죽음의 어둠을 밀어내고 부활하신 주님의 은총이 우리 교우 여러분과 가정에 함께하시길 다시 한 번 빌어드립니다. 기회가 허락될 때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함께 기도해주십시오. 모쪼록 모두 건강과 평화를 누리시길 빕니다.
코로나19 극복을 청하는 기도문
자비로우신 하느님 아버지,
‘코로나19’확산으로 혼란과 불안 속에 있는 저희와 함께 하여 주십시오.
어려움 속에서도 내적 평화를 잃지 않고 기도하도록 지켜주시고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십시오.
‘코로나19’감염으로 고통 받는 이들에게 치유의 은총을 내려주시고,
이들을 헌신적으로 돌보고 있는 의료진들과 가족들을 축복하여 주십시오.
또한 이 병으로 세상을 떠난 분들의 영혼을 받아주시고,
유족들의 슬픔을 위로하여 주십시오.
국가 지도자들에게 지혜와 용기를 더해주시고,
현장에서 위험을 감수하며 투신하고 있는 관계자들을 보호해주십시오.
특별히 이런 상황에서 더 큰 위험에 노출되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회적 약자들을
저희가 더 잘 돌볼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고자 애쓰는 저희 모두가
생명과 이웃의 존엄, 사랑과 연대의 중요성을 더 깊이 깨닫게 하시고
배려와 돌봄으로 희망을 나누는 공동체로
거듭나는 은총 내려주시길 간구합니다.
우리의 도움이신 성모님과 함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기도문
(천주교서울대교구장 인준 2020.2.26.)